오늘의 리뷰
일렉시드
작가 : 손제호,제나
블랫폼 : 네이버
장르 : 액션 판타지 드라마
NO.11
평점 :
일렉시드 : 고양이로 변신한 초월자와 소년의 성장기
속도보다 빠른 우정, 그리고 짜릿한 각성의 세계
웹툰 ‘일렉시드(Eleceed)’는 독자에게 두 가지 강력한 마법을 동시에 건다. 하나는 초고속 액션과 각성자들의 치열한 세계관이 주는 스릴, 또 하나는 보송보송한 고양이의 앞발에 가슴이 무너지는 힐링이다. 이 작품을 한마디로 정의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굳이 시도한다면 “냉혹한 초능력 배틀물 안에 피어난 가장 따뜻한 우정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다.
손제호 작가와 제나(ZHENA) 작가의 합작으로 탄생한 일렉시드는 이미 노블레스와 소녀더와일즈를 통해 검증된 스토리텔링과 그림체의 정수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들 이전 작품의 명성에 기대지 않아도, 이 작품은 충분히 독창적인 매력으로 똘똘 뭉쳐 있다. 특히 주인공 ‘서지우’와 전설적인 각성자 ‘카이든’이 빚어내는 비대칭 케미는 웹툰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행복한 조합이다.
줄거리 – 초인의 싸움, 길고양이의 위장
세상에는 ‘각성자’라 불리는 초능력자들이 은밀히 존재한다. 전기, 중력, 치유, 공간 간섭 등 능력은 다양하고, 그들을 통제하는 거대 조직과 파벌이 암중모색한다. 주인공 서지우는 초인들의 세계와는 전혀 무관한, 조금은 순수하고 정의감 넘치는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하지만 지우에게는 남다른 비밀이 하나 있다. 그는 어릴 적 우연한 계기로 전설적 각성자 카이든의 힘을 물려받은 상태였고, 어느 날 상처 입은 뚱냥이를 도우며 그 고양이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초월적 존재임을 알게 된다.
카이든은 내부의 배신으로 중상을 입고 힘을 거의 잃은 채 고양이로 변신해 몸을 숨기고 있던 중. 거리의 평범한 소년 지우의 친절이 그를 구했고, 두 사람은 예측할 수 없는 동거에 돌입한다. 여기서부터 이야기가 요동친다. 카이든은 지우에게 잠재된 능력을 개화시키는 스승이 되고, 지우는 카이든에게 인간 세계의 정(情)과 고양이 집사로서의 삶을 가르친다. 그러면서 하나둘 드러나는 강대한 적들, 그리고 조금씩 모여드는 든든한 아군들. 일렉시드는 대단한 음모 서사보다 ‘사람과의 연결’에 집중하며 독보적인 감정 곡선을 그린다.
왜 이토록 중독성이 강한가
카이든이라는 캐릭터의 마법
보통 먼치킨 스승 캐릭터는 냉철하고 과묵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카이든은 겉모습이 고양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웹툰의 코미디와 힐링을 장악한다. 동시에 제자 지우가 위험에 빠지면 일말의 망설임 없이 대륙 전체를 위협할 전하를 개방하는, 그야말로 냉정과 귀여움의 양극단을 넘나든다. 작품을 읽다 보면 “이런 고양이 어디서 입양하나요?”라는 농담이 절로 나오는 이유다. 카이든은 단순한 마스코트가 아니라 이야기의 기둥이며 독자의 감정을 고양이 발바닥처럼 말랑하게 만든다.
지우의 성장이 주는 카타르시스
서지우는 무작정 강해지는 주인공과 결이 다르다. 그는 힘을 얻기 전부터 타인을 보호하는 일에 주저함이 없었다. 그의 능력인 ‘초고속 이동’이 상징적이다. 단순히 빠른 것이 아니라, 가장 먼저 누군가에게 다가가고 위험으로부터 벗어내는 데 특화된 힘이다. 지우가 점차 각성자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고, 그 과정에서 진실한 친구들을 얻는 모습은 뿌듯함과 짠함을 동시에 자아낸다. 지우의 밝은 미소 뒤에 숨겨진 외로움, 그리고 그 외로움이 한 명 한 명의 동료들로 채워지는 여정이 이 웹툰의 진한 감동축이다.
조연도 버릴 캐릭터가 없다
우진, 이수빈, 지석, 인혁 등 파벌을 넘어 지우의 곁으로 모이는 동료들은 각자 뚜렷한 개성과 내적 갈등을 갖고 있다. 특히 초반에 냉소적이거나 적대적이었던 인물들이 지우의 순수함에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은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웹툰은 이들의 합을 통해 ‘가족’보다 더 끈끈한 파운드 패밀리를 구축하며, 독자로 하여금 다음 화에서 이 무리들이 또 어떤 식으로 뭉칠지 기대하게 만든다.
액션과 유머 사이의 절묘한 리듬
제나 작가의 작화는 스피드감 넘치는 전투씬을 세련되게 처리하면서도, 고양이 카이든의 몸짓 하나까지 과장되게 살려낸다. 전기 능력이라는 다소 추상적일 수 있는 힘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방식 역시 탁월하여, 독자는 마치 손끝에서 스파크가 튀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또한 진지한 전투 직후에 어김없이 터지는 일상 개그는 긴장 이완의 모범을 보여준다. 그 리듬감 때문에 분량이 결코 짧지 않음에도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다.
세계관은 계속해서 확장된다. 한국을 넘어 세계 각지의 초대형 아웃사이더 집단, 초월자들의 비밀 결사, 카이든의 과거를 둘러싼 미스터리 등이 차근차근 펼쳐진다. 다만 일렉시드는 스케일 키우기에 급급하기보다 결국 사람 사이의 이야기로 회귀하는 힘이 있다. 지우가 “나는 강해지고 싶은 게 아니라 지키고 싶은 거예요”라고 말하는 장면에, 이 웹툰의 방향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일렉시드를 좋아한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추천 웹툰
일렉시드의 매력은 따뜻한 인간관계와 짜릿한 능력자 배틀이 서로를 갉아먹지 않고 공존한다는 점이다. 아래 작품들은 그 결이 비슷하거나, 일렉시드의 특정 요소를 더 깊게 파고들며 색다른 만족감을 줄 것이다.
같은 손제호 작가의 세계관이므로, 일렉시드 특유의 위트와 강자들의 품격이 가장 잘 계승된 작품이다. 오랜 잠에서 깨어난 귀족 ‘라이’가 현대 사회의 학교에 잠입하며 벌어지는 소동과, 초자연적 존재들 간의 거대한 갈등을 다룬다. 냉철해 보이지만 순수한 구석이 있는 주인공과 그를 따르는 충성스러운 동료들의 구도는 서지우와 카이든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고양이를 사랑하는 누군가는 노블레스의 라이도 반드시 만나봐야 한다.
사제 관계의 정수를 보여주는 무협 액션 만화다. 왕따 소년 ‘시운’이 은둔한 고수 ‘한천우’에게 무술을 배우며 성장해 가는 과정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카이든과 지우처럼 처음에는 삐걱대다가도 서로를 목숨 걸고 지키는 스승과 제자의 유대가 핵심. 학원물과 협객 세계를 오가는 무대 설정도 일렉시드의 각성자 사회와 현실의 이중 구조와 맞닿아 있어 더욱 친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1부, 2부 뉴웨이브, 그리고 3부 이터널 포스까지 이어지며 장대한 서사를 완성했다.
초고교급 전투력의 소유자가 평범한 학교에 숨어든다는 설정은 비슷하지만, 이쪽은 능력자가 아닌 현실 기반의 용병 출신 소년 ‘이진’이 주인공이다. 전장에서 살아남은 냉혹함과 열아홉 살 청춘의 서툼이 교차하며, 지우처럼 가족과 친구를 지키는 데 모든 힘을 쏟는다. 빠른 템포의 액션과 의외의 따스한 일상이 교차하는 구성은 일렉시드 독자에게 매우 친숙할 것이며, 인간관계가 조금씩 주인공의 닫힌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이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초능력이 계급을 결정하는 학교라는 점에서 일렉시드의 각성자 사회 초입부를 연상시킨다. 모두가 능력치로 평가되는 환경 속에서 능력이 없는 것처럼 살아가던 주인공 ‘존’이 감춰둔 실체를 드러내며 뒤엉키는 이야기. 계급제의 부조리, 힘의 사용에 대한 철학, 폭력의 연쇄를 끊으려는 고민 등이 묵직하게 다루어지면서도, 끈끈한 우정이 서사의 구원 역할을 한다. 다소 어둡게 전개되는 순간에도 인물들 사이의 진실된 관계가 돋보인다.
만약 아직 이 작품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지금이 완벽한 타이밍이다. 연재 분량이 넉넉히 쌓여 있어 정주행하는 맛이 대단하며, 현재 진행형으로도 매주 감동적인 전개를 이어가고 있다. 고양이를 좋아하든, 초능력 배틀을 좋아하든, 아니면 그냥 따뜻한 성장 서사가 필요하든 일렉시드는 여러분의 웹툰 리스트 최정상에 당당히 이름을 올릴 자격이 충분하다.